
가정용 전기요금은 많이 쓸수록 단가 자체가 비싸지는 누진제입니다. 1kWh당 120원으로 시작해서 마지막 구간은 307.3원 — 2.5배가 넘게 차이 나요.
시작 전에 두 가지만 구분하고 갑시다. 첫째, 이 글의 단가는 주택용 '저압'(단독·빌라와 개별계약 아파트) 기준입니다. 아파트 단지가 한전과 통으로 계약하는 주택용 '고압'은 누진 구간은 같지만 단가가 15~20%가량 저렴합니다 (대신 변전 설비 비용을 단지가 부담). 우리 집 유형은 관리비·한전 고지서의 '계약종별'에서 확인하세요. 둘째, 누진제는 구간별 분할 계산입니다 — 450kWh를 썼다고 전체가 3구간 단가로 계산되는 게 아니라, 처음 300kWh(하계 기준)는 1구간, 다음 150kWh는 2구간 단가로 나눠 계산됩니다.
7~8월엔 구간이 넉넉해집니다
에어컨 철에는 정부가 누진 구간을 완화해줘요. 평소엔 200kWh/400kWh에서 단가가 뛰지만, 여름(7~8월)엔 300kWh/450kWh로 구간이 늘어납니다. 4인 가구 평균이 월 300kWh 초반이니 "에어컨을 적당히 틀면" 2구간 안에서 막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요금이 확 뛰는 지점
- 월 450kWh 초과: 3구간(307.3원/kWh) 진입 + 기본요금도 7,300원으로
- 월 1,000kWh 초과(하계): '슈퍼유저' 구간 — 초과분은 무려 736.2원/kWh
- 참고: 부가세 10% + 전력기금 2.6%가 마지막에 붙습니다
지금 몇 kWh 썼는지 보는 법
대비의 시작은 현재 사용량입니다. 한전:ON 앱(파워플래너)에 주소로 가입하면 검침일 기준 사용량을 월 중간에 확인할 수 있고, 아파트는 관리사무소 앱·월패드에서 세대 사용량을 보여주는 곳도 많아요. 에어컨이 더할 양도 어림할 수 있습니다 — 소비전력(kW) × 시간 × 날수. 냉방 소비전력 1.5kW 에어컨을 하루 6시간·30일 돌리면 단순 계산으로 약 270kWh인데, 인버터형은 설정온도 도달 후 출력을 낮춰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적게 나옵니다.
에어컨 요금, 실제로 줄이는 법
- 인버터 에어컨은 껐다 켰다가 오히려 손해일 수 있어요. 켤 때 전력을 가장 많이 쓰고, 설정 온도에 도달하면 스스로 출력을 낮추기 때문에, 잠깐 외출엔 끄지 말고 26℃ 안팎으로 계속 두는 게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구형 정속형은 반대로 끄는 게 절약입니다 — 우리 집 방식부터 확인하세요.)
- 선풍기·서큘레이터 병행 — 찬 공기를 순환시키면 설정 온도를 1~2도 높여도 시원합니다. 설정 온도 1도가 전력 소모를 크게 좌우해요.
- 필터 청소(2주에 한 번)와 실외기 주변 통풍 확보 — 막혀 있으면 같은 시원함에 전기를 더 씁니다.
- 한전 '에너지 캐시백': 직전 2개년 같은 달보다 사용량을 줄이면 절감량만큼 현금성 캐시백을 주는 제도예요. 한전 앱·홈페이지에서 신청해두면 어차피 아낄 전기로 돈을 돌려받습니다.
우리 집 사용량으로 얼마 나올지는 전기요금 계산기에서 확인하세요. 사용 월을 고르면 여름 구간이 자동 적용되고, 아파트(고압)·원룸(단가 직접 입력)도 지원합니다. 지난달 고지서의 사용량(kWh)만 있으면 됩니다.
에어컨 말고도 새는 전기가 있습니다
여름 요금의 주범은 에어컨이지만, 그 아래에서 조용히 사용량을 밀어 올리는 기기들이 있어요. 누진제에서는 마지막에 더해지는 사용량일수록 비싼 단가로 계산되니, 구간 경계에 가까울수록 자잘한 절약이 생각보다 크게 돌아옵니다.
- 건조기·전기밥솥 보온 — 열을 내는 가전은 전기를 많이 씁니다. 한여름엔 건조기 사용을 줄이고, 밥솥 장시간 보온 대신 소분해서 냉동해두는 방법을 검토해보세요.
- 냉장고 — 벽에서 살짝 띄워 뒤쪽 열 배출을 돕고, 문 여는 횟수를 줄이면 부담이 줄어요. 냉장실은 꽉 채우기보다 냉기가 돌 여유를 두는 편이 낫습니다.
- 셋톱박스·게임기 대기전력 — 꺼진 것처럼 보여도 전기를 먹는 대표 기기입니다. 오래 안 쓸 땐 멀티탭 스위치로 끊어두세요.
- 제습기 — 에어컨과 동시에 돌리면 이중으로 전기를 씁니다. 에어컨 자체에 제습 효과가 있으니 상황에 따라 하나만 쓰는 것도 방법이에요.
- 연식이 오래된 가전 — 옛날 냉장고·에어컨은 같은 일을 하면서 전기를 더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품에 붙은 에너지 효율 등급 표시를 한 번 확인해보고, 교체를 고민 중이었다면 여름이 오기 전이 적기예요.
상황별 냉방 시나리오
같은 에어컨이라도 생활 패턴에 따라 아끼는 요령이 달라집니다. 우리 집과 가장 가까운 시나리오부터 적용해보세요.
- 재택근무로 하루 종일 튼다면 — 집 전체가 아니라 머무는 방만 식히세요. 방문을 닫고 서큘레이터로 공기를 돌리면 설정 온도를 높여도 시원합니다.
- 잠깐 장 보러 나갈 때 — 본문에서 본 것처럼 인버터형이라면 끄지 않고 두는 게 나을 수 있어요. 정속형이라면 끄고 나가는 게 절약입니다.
- 며칠 집을 비우는 휴가라면 — 에어컨은 끄고, 냉장고를 뺀 대기전력도 멀티탭으로 정리하면 좋아요. 다녀와서 처음 켤 땐 낮은 온도로 빨리 식힌 뒤 설정 온도를 올리는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 열대야에 잘 때 — 취침 모드나 예약 꺼짐 기능을 쓰면 잠든 뒤 일정 시간만 돌리고 멈출 수 있어요. 새벽 내내 트는 것보다 사용량이 크게 줄어들고, 선풍기를 미풍으로 함께 두면 꺼진 뒤에도 한동안 견딜 만합니다.
여름 요금, 흔한 오해 세 가지
- "선풍기도 오래 틀면 요금이 무섭다?" — 선풍기의 소비전력은 에어컨과 자릿수가 다를 만큼 작습니다. 선풍기를 아끼려고 더위를 참는 건 실익이 거의 없어요. 아낄 대상은 열을 내거나 압축기를 돌리는 큰 가전입니다.
- "제습 모드가 냉방보다 무조건 싸다?" — 기종과 그날의 습도에 따라 달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모드 선택보다는 설정 온도와 가동 시간이 요금을 좌우한다고 보는 게 안전해요.
- "구간을 넘으면 요금 전체가 비싸진다?" — 본문에서 설명했듯 누진제는 구간별 분할 계산이라, 넘는 순간 전체 요금이 새 단가로 바뀌는 건 아닙니다. 다만 초과분부터는 비싼 단가가 붙으니, 구간 경계 근처라면 막판 절약의 효과가 가장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