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은 언젠가 반드시 오는 일인데, 막상 퇴직금이 어떻게 계산되고 세금이 얼마나 붙는지는 대부분 퇴사 직전에야 급하게 찾아봅니다. 그런데 이 구조를 미리 알면 받는 방법을 바꾸는 것만으로 세금 수백만 원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퇴직금의 계산 원리부터 퇴직연금(IRP) 활용까지, 실제로 도움이 되는 순서로 정리했습니다.
퇴직금은 어떻게 계산되나 — 평균임금 30일치 × 근속연수
법정 퇴직금 공식은 단순합니다. 1일 평균임금 × 30일 × (재직일수 ÷ 365). 여기서 핵심은 '평균임금'이 무엇이냐인데, 퇴직 직전 3개월간 받은 임금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값입니다. 이 3개월 임금에는 기본급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지급된 수당, 그리고 연간 상여금·연차수당의 3개월분(3/12)도 포함됩니다. 그래서 상여가 몰려 있는 시기에 퇴직하면 평균임금이 올라가 퇴직금도 커질 수 있습니다. 참고로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낮게 계산되면 통상임금을 평균임금으로 봅니다. 1년 이상 근무하고 4주 평균 주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라면 정규직·계약직·아르바이트를 가리지 않고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DB·DC·IRP, 이름부터 헷갈린다면
퇴직급여를 회사가 어떻게 굴리느냐에 따라 제도가 나뉩니다.
- DB형(확정급여형) — 받을 금액이 정해져 있습니다. 위의 '평균임금 30일치 × 근속연수' 공식대로 나오며, 적립금 운용은 회사가 책임집니다. 임금이 매년 오르는 직장이라면 대체로 유리합니다.
- DC형(확정기여형) — 회사가 매년 연간 임금총액의 1/12 이상을 근로자 계좌에 넣어주고, 운용은 근로자 본인이 합니다. 운용 성과가 좋으면 DB형보다 많이 받을 수도, 손실이 나면 적게 받을 수도 있습니다.
- IRP(개인형 퇴직연금) — 퇴직·이직 때 받은 퇴직급여를 담아 스스로 운용하는 개인 명의 계좌입니다. 자영업자·프리랜서도 가입해 노후자금과 세액공제 용도로 쓸 수 있습니다. 뒤에서 다룰 세금 혜택의 핵심 무대가 바로 이 IRP입니다.
퇴직금 중간정산, 아무 때나 안 된다
많은 분이 오해하는 부분입니다. 퇴직금 중간정산은 원칙적으로 금지이고,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이 정한 사유에 해당할 때만 예외적으로 가능합니다. 대표적인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무주택자인 근로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 무주택자가 주거 목적 전세금·보증금을 부담하는 경우(단, 한 사업장에서 1회만)
- 본인·배우자·부양가족이 6개월 이상 요양을 필요로 해 근로자가 의료비를 부담(연간 임금총액의 12.5% 초과)하는 경우
- 중간정산 신청일 기준 5년 이내에 파산·개인회생 결정을 받은 경우
- 임금피크제 시행, 소정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임금이 줄어드는 경우 등
사유에 해당해도 회사가 반드시 정산해줘야 하는 의무는 없고, 증빙서류가 필요합니다. 무주택 판단은 신청일 기준으로 하며, 요건은 사안마다 다르니 회사 인사팀과 고용노동부·근로복지공단에 공식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퇴직소득세는 왜 '적게' 나오나 — 연분연승 구조
퇴직금은 몇십 년 일한 대가가 한 번에 잡히기 때문에, 일반 소득처럼 그대로 누진세율을 매기면 세금이 과도해집니다. 그래서 세법은 연분연승이라는 특별한 방식을 씁니다. 오래 일했을수록 세금을 크게 깎아주는 구조입니다. 계산 순서는 이렇습니다.
- ① 근속연수공제를 뺍니다.
- ② 남은 금액을 근속연수로 나눈 뒤 12를 곱해 환산급여를 만듭니다. (긴 근속을 1년 치처럼 낮춰 세율을 완화)
- ③ 환산급여공제를 뺀 과세표준에 기본세율을 적용해 세액을 구한 뒤, 다시 12로 나누고 근속연수를 곱해 최종 퇴직소득세를 냅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하나, 근속연수가 길수록 세 부담이 급격히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근속연수공제, 2023년부터 크게 늘었다
2023년 세법 개정으로 근속연수공제가 상향되어 장기근속자의 세금이 줄었습니다. 2023년 1월 1일 이후 퇴직분에 적용되는 공제액은 다음과 같습니다.
- 5년 이하 — 100만원 × 근속연수
- 6~10년 — 500만원 + 200만원 × (근속연수 − 5)
- 11~20년 — 1,500만원 + 250만원 × (근속연수 − 10)
- 20년 초과 — 4,000만원 + 300만원 × (근속연수 − 20)
예를 들어 20년 근속이면 근속연수공제만 4,000만원입니다. 내 퇴직금과 근속연수를 넣으면 대략의 세액이 바로 나오니, 퇴직소득세 계산기로 먼저 규모를 잡아보세요. 세부 요건은 홈택스(손택스) 모의계산으로 확정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일시금 vs 연금 — IRP로 받으면 세금이 줄어든다
여기가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통장에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그때 전액 냅니다. 하지만 IRP 계좌로 받으면 당장의 퇴직소득세를 떼지 않고 '이연'됩니다. 이렇게 넣어둔 돈을 나중에 연금 형태로 나눠 받으면, 이연됐던 퇴직소득세를 감면받습니다.
- 연금으로 수령한 실제 수령연차 10년 이하 구간 — 퇴직소득세의 30% 감면(이연세율의 70%만 부과)
- 10년을 초과하는 구간 — 40% 감면(60%만 부과)
즉 오래 나눠 받을수록 감면 폭이 커집니다. 게다가 IRP 안에서 굴린 운용수익에는 인출 전까지 세금이 붙지 않아(과세이연) 복리 효과도 얻습니다. 연금으로 받으려면 통상 만 55세 이상이어야 하고, 세제 혜택을 온전히 누리려면 10년 이상에 걸쳐 분할 수령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럼 무조건 IRP·연금이 답일까
대부분의 경우 IRP로 받아 연금화하는 쪽이 세금 면에서 유리하지만, 당장 목돈이 필요한 상황(대출 상환, 창업 등)이라면 일시금이 나을 수 있습니다. 퇴직급여가 소액이라 어차피 세금이 크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IRP에서 중도에 연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다시 빼면 감면 혜택이 사라지고 이연됐던 퇴직소득세를 그대로 내야 하므로, 넣기 전에 자금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 — 퇴사 전에 딱 세 가지만
- 내 평균임금 확인 — 상여·연차수당 포함 여부에 따라 퇴직금이 달라집니다.
- 예상 세금 계산 — 퇴직소득세 계산기로 대략을 잡고 홈택스에서 확정하세요.
- 받는 방법 결정 — 일시금과 IRP 연금수령의 세금 차이를 비교해 유리한 쪽을 고르세요.
이 글은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이며, 실제 금액·요건은 개인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퇴직금 지급·중간정산 분쟁은 고용노동부·근로복지공단, 세금은 국세청 홈택스·관할 세무서에서 공식 확인하시기 바랍니다.